산본신도시, 고밀 개발을 넘어 ‘자족 도시’로 거듭날 로드맵이 관건
군포시 산본신도시 선도지구 2개 구역이 용적률 약 360%를 제안하며 1기 신도시 중 최초로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분당, 일산 등 다른 신도시와의 치열한 선도 모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산본신도시가 단순히 노후 주택을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것을 넘어, 노후계획도시 정비의 성공적인 롤모델이 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전략과 차별화 방안을 심층 분석한다.
산본의 특성과 성공을 위한 과제
- 높은 용적률과 압축적인 도시 구조
산본신도시는 1기 신도시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평균 용적률(약 200% 내외)과 압축적인 주거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제안된 용적률 360%는 사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는 곧 세대수 급증과 도시 기반 시설의 대대적인 확충이라는 숙제를 안게 됨을 의미한다.
성공 전략의 핵심은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도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있다. 주거 시설 외에 상업·업무·문화 기능을 통합하는 '콤팩트 시티' 모델을 도입하고, 교통 환승 거점을 중심으로 주상복합 시설을 집중 배치하는 입체적인 도시 설계가 필수적이다.
- 자족 기능 부재 해소 및 특성화
분당, 판교가 IT 등 첨단 산업을 유치하며 자족 기능을 갖춘 것과 달리, 산본신도시는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에 머물러 왔다. 정비 사업을 통해 용적률을 상향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도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산본이 선도 모델이 되려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취지에 맞게 자족 기능을 강화하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인근 군포 첨단산업단지와의 연계성을 높이고, 고밀 개발에서 발생하는 공공 기여 시설을 R&D센터, 청년 창업 공간 등 첨단 지식 산업 시설로 특화하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른 신도시와의 차별화 및 선점 전략
- 선도적인 통합형 리모델링 모델 제시
산본은 지하철 4호선 산본역 중심의 상업지구와 주거 단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특성을 활용하여 주거와 상업 시설, 공공 시설을 아우르는 '통합형 특별정비구역'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주택을 재건축하는 다른 신도시 구역과 달리, 도시 전체의 기능과 미관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도시 재창조 사례로 인정받을 수 있다.
- 공공-주민-전문가 거버넌스 구축
금년 내 구역 지정 완료라는 속도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예비사업시행자 LH, 군포시, 주민 대표, 도시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 거버넌스(협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업 진행 상황과 용적률 최종 확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의 의견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함으로써, 사업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는 향후 대규모 정비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및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