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민선 8기 핵심 사업인 ‘판교+20 벤처스타트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2026년 목표였던 3,000개의 창업 공간을 올해까지 3,356개로 조기 초과 달성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창업 환경 조성에 대한 행정력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대내외에 입증하는 것이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경기도 전역 8개 권역별 지역 거점에 대규모 창업 공간이 분산 배치되면서, 물리적인 스타트업 인프라가 경기도 전역에 확산되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단순한 공간 제공을 넘어, 제2판교 ‘경기스타트업브릿지’처럼 대·중견기업 협업, 투자유치(IR), 멘토링 등을 결합한 복합 지원 공간을 마련한 것 역시 스타트업의 생존율과 성장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스타트업 천국’과 ‘제3의 벤처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공간 확보라는 양적 성과에 대한 자찬을 넘어 ‘자금 조달’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 특히 글로벌 자본 유치에 대한 정책의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스타트업 시장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투자가 위축되는 심각한 ‘벤처 자금 조달 한파’를 겪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부재는 기업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의 통계를 보더라도, 2023년 이후 신규 벤처투자액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국내 자본만으로는 경기도 내 수천 개의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낼 만큼의 충분한 성장 동력을 제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기도는 창업 생태계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간 제공 및 멘토링’에서 ‘글로벌 자본 연계 및 투자 유치 총력전’으로 혁신해야 한다.
첫째, 경기도는 ‘경기 스타트업 서밋(G-SUMMIT)’과 같은 기존 행사를 단순한 국내 홍보 행사를 넘어 세계적인 투자자를 유치하는 치밀한 ‘글로벌 세일즈 플랫폼’으로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서밋 행사 초청 명단을 해외 유명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 다국적 기업의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등으로 채우고, 이들이 경기도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투자를 집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밋 기간 동안 해외 VC와 경기도 스타트업 간의 1대1 심층 매칭 및 딜 소싱(Deal Sourcing) 프로그램을 상시 가동해야 한다. 단순히 수백 명을 모아놓고 하는 투자유치설명회(IR)를 넘어, 실제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후속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둘째, 글로벌 투자자가 선호하는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 기술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는 이 분야에 특화된 유망 스타트업을 선별하여, 해외 VC 맞춤형 IR 덱 제작, 법률 및 회계 컨설팅(해외 법인 설립 지원 등)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글로벌 성장 트랙’을 신설해야 한다. 특히 제2판교의 첨단 인프라를 활용하여 글로벌 기술 인재 유입을 촉진하고, 외국인 창업자에 대한 비자 지원 등 소프트웨어적 장벽을 낮추는 정책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정책적 차원의 인센티브 제공 및 규제 완화 건의가 필수적이다. 해외 VC가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복잡한 행정 절차 및 규제, 환위험 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성남시와 협력하여 ‘글로벌 벤처 투자 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세제 혜택을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더 나아가, 경기도가 조성하는 벤처 투자 펀드 조성 시 글로벌 VC 참여 조건을 의무화하는 등 선진 투자 시스템 도입을 위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스타트업 천국은 물리적 공간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가 수천 개의 스타트업에 제공한 공간은 ‘성장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밭’에 불과하다. 이 밭을 풍요롭게 하여 유니콘 기업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전 세계 자본이라는 ‘비옥한 물’을 끌어들이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기도는 창업 지원 정책의 무게추를 ‘공간 제공’에서 ‘글로벌 자본 연결’로 과감하게 옮겨야만, 대한민국 경제 도약을 견인할 진정한 제3의 벤처붐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를 ‘플러스’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