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22개국 195만 명의 어벤저스

김영근 승인 2018.07.24 22:40 의견 0


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핫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마블’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코믹스(만화) 회사이던 마블은 그 탄탄하고 방대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화 시장에 직접 진출해 마블의 독자적인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전 세계 영화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의 캐릭터였던 배트맨, 슈퍼맨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이언맨은 이제 배트맨과 슈퍼맨을 압도할 만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따로 따로 등장한 마블 코믹기반의 히어로 영화들은 영화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필수적인 관람 코스가 되었습니다. 
 
이정도면 마블 신드롬이라고 할만하죠. 그 마블 신드롬의 결정판은 어벤져스 입니다. 올해 상반기 개봉한 어벤져스 3편은 1000만 관객을 손쉽게 돌파했습니다. 내년 개봉예정인 4편 역시 그럴 기세입니다.
 
이 어벤저스라는 영화는 특이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아이언맨 뿐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 앤트맨, 토르, 헐크 등등 단독 영화라면 당연 주인공인 캐릭터들이 줄줄이 한 영화에 등장합니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페러디를 보면 인기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죠. 악당을 압도하는 능력으로 인류를 구원하는 슈퍼 히어로들이 이렇게 뭉치는 이유는 당연 상대해야 하는 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 영웅들이 등장하는 오락 영화를 마음 편히 보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인가 싶습니다. 현실속의 악과 적들은 항상 더 많아지고 강해져 가는데 내가 사는 이곳에는 내 대신 그들과 싸워줄 슈퍼히어로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한번은 있었습니다. 미래의 나를 위해, 미래의 우리들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무려 22개국 195만명의 어벤저스들이 함께 싸웠던 역사가 우리에게도 있었습니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우리 민족의 비극이자 세계사의 비극인 6․25전쟁 당시였죠. 
 
개전 이틀 후인 19050년 6월 27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 회원국의 북한군 격퇴 참여‘를 결정합니다. 곧 이은 7월 7일 유엔군이 창설되었고 그 유명한 맥아더 원수가 총사령관으로 임명됩니다.
 
다음 이야기는 모두 아시는 대로입니다. 국군과 함께 싸운 유엔군은 대한민국을 수호했고 어려움 속에서 기사회생한 대한민국은 이후 역사상 유래 없는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야말로 영화에 나올만한 스토리죠. 결말도 해피엔딩이구요.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는 다릅니다. 영화속에서 어벤저스는 끝도 없이 몰려오는 적들과 상대하면서도 죽지 않았지만 유엔군은 4만 명이상이 전사하고 10만 명이상이 부상당하는 등 그야말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오는 7월 27일은 이렇게 우리에게 대한민국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남겨준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는「유엔군 참전의 날」입니다. 그간 국군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감사해왔지만 그 공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유엔군 참전용사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지정한 날이지요. 정전 60주년이던 2013년에 6․25전쟁 참전국 정부대표단을 초청해 행사를 개최한 이후 매년 기념행사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유엔군 참전의 날은 저에게 감사한 날이기도 하면서 뿌듯한 날이기도 합니다. 전쟁의 상처 속에서 당시에 다시 일어나 도움을 주었던 나라들의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감사의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니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다행한 일입니까? 그런 이야기를 현실로 만든 나라는 우리나라뿐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재방한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유엔군 참전용사분들은 눈물을 흘리시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요. 22개국에서 모여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싸웠던 195만명의 어벤저스.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은 이들에게 감사하고 경의를 표하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날이 아닌가 합니다. 
 
/경기북부보훈지청 보훈과 이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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