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타임즈】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순방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오후, 당초 일정에 없던 스티브 비건 전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전격 회동했다.


이번 만남은 관세 외교의 마지막 일정으로, 미시간대 포드스쿨에서 진행됐다.

비건 전 대표는 트럼프 1기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끌었던 핵심 인물로,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스웨덴에서 직접 협상에 나섰던 북핵 협상가다. 이후 미국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하며 외교라인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김 지사와 비건 전 대표는 미시간대 동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비건 전 대표는 "대북정책 당시 한국 경제부총리가 미시간대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환대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단순한 친분 교류가 아닌 전략적 목적을 담고 있었다.


비건 전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 포드자동차에서 15년간 수석부사장으로 재직하며 무역 전략과 정치 리스크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력을 감안해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이슈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비건 전 대표는 "한국은 지난 10년간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해온 국가 중 하나이며, 협상 여지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비건 전 대표는 특히 “현대차가 조지아주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산 자동차로 간주될 수 있다”며 “이는 관세 협상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시장과 여론의 반응이 부정적일 경우 협상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더했다.

김 지사가 방미 첫날 만났던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의 회동 내용을 공유하자, 비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와 미시간 주지사가 함께 협력한다면 세계 10대 자동차 기업 중 절반 이상의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양 지역 간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김 지사가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현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질문하자, 비건 전 대표는 “김정은이 새 한국 정부와 대화를 시도할지는 미지수”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갈등 등 외부 환경 변화가 북한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나,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에 나설지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회동 중 미시간대 포드스쿨 학장이 강의실에 들러 “졸업생 두 분이 각국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미시간대를 빛내는 만남”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장면도 있었다.

김동연 지사는 이번 비건 전 대표와의 회동을 끝으로 이틀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미국 순방은 대규모 수행단 없이 도청 간부 2명과 실무인력 포함 10명의 소규모 미니대표단으로 이루어졌다.


김 지사는 ①미시간주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기업 9곳의 임직원을 만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②휘트머 주지사와의 면담을 통해 양 지역 간 전략적 연대 4개 항에 합의하는 등 굵직한 외교성과를 이끌어냈다.

‘48시간 관세외교’ 일정을 마친 김동연 지사는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